미국 음악의 선구자와 독립 기념일

청교도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미국은 개척 정신과 도전 정신으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나라가 되었다. 오늘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맞아 이러한 개척과 도전 정신을 가지고 미국 클래식 음악의 한 획을 그은 현대음악 작곡가 챨스 아이브스(Charles Ives, 1874-1954)의 음악을 소개한다.
챨스 아이브스가 왜 미국 음악의 선구자인지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초기의 음악사회의 배경을 살펴 보아야 할 것 같다. 미국이 독립한 초기에는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영국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 음악도 영국적인 찬송가와 민요들이 신생 미국에서 그대로 사용되었다. 후에 미국 출신의 음악가들이 유럽으로 유학갔다 돌아와 유럽의 전통을 미국에 이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신생 미국 역사 초기의 이런 노력들은 유럽의 전통 음악을 배워오는데 급급한 경향이 있었지만 곧 그들로부터 교육받은 제자들은 미국적인 음악을 유럽의 음악과 융합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이런 의미에서 미국적인 작곡가로 대표되는 초기 작곡가로 아론 코플랜드(Aaron Copland, 1900-1990)나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이 있지만, 이보다 앞선 챨스 아이브스는 활동한 연도 뿐 아니라 그의 작곡 기법에서 이들 보다 더 선구자적인 미국 초기 작곡가이다.
오늘 소개하는 두 곡은 챨스 아이브스가 독립기념일을 기념하여 작곡한 곡들로 그의 작곡 기법이 나이가 들면서 얼마나 새로워지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챨스 아이브스는 14살부터 교회에서 오르간 주자로 음악활동을 시작했는데 “아메리카 변주곡(Variations on America)”은 그가 17세 되던 1892년 미국 독립 기념일에 연주하기 위해 작곡했다. 동영상에서 보듯이 현란하게 오르간의 음색을 바꾸며 연주해야 하는 이곡을 아이브스 자신은 “야구 경기를 하는 것 만큼이나 연주하기 재미있는 곡”이라고 표현했다. Y한마음의 음악 컬럼을 쓰면서 보통은 영상의 질보다는 연주를 위주로 링크를 준비하지만 오늘은 보는 재미도 함께 할 수 있는 링크로 소개한다.
다음에 소개할 심포니 3번 “뉴잉글랜드의 휴일(New England Holiday)”의 3악장 “7월 4일 (July Fourth)” 은 21년 후 그의 나이 38세에 역시 독립기념주일을 기념해 작곡한 곡이다. 그는 네개의 교향곡, 다수의 관현악곡, 피아노곡, 실내악곡을 남겼는데 주로 미국적인 찬송가, 민요, 무곡들을 발췌하여 인용하였다. 챨스 아이브스를 미국 음악의 선구자로 손꼽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단순히 미국적인 멜로디나 스타일을 유럽 음악과 접목시키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 유럽 클래식 음악계보다 한 발 앞서서 polytonality(복조성), polyrhythm(복박자), tone clusters(음괴), quarter tones 같은 20세기 현대음악 작곡기법들을 유럽의 작곡가보다 먼저 사용하여 다른 사람들의 이목에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음악을 독창적으로 표현하며 그의 천재성을 들어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귀에 익은 음악이 가장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그것이 음악이 발전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 생각한다.”
-챨스 아이브스
이 인용구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Fourth of July”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현대음악이다. 사실 챨스 아이브스가 이곡을 작곡할 때는 이 곡을 연주회장에서 연주할 의도는 없었다고 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독특한 자신만의 음악을 표현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챨스 아이브스의 아버지, George Ives는 미국 남북 전쟁 당시 군악대를 지도했으며 전쟁 후 커네티컷, Danbury로 돌아온 후에도 계속 밴드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음악을 가르쳤다. 챨스 아이브스는 어렸을 때 Danbury town square에 앉아 자기 아버지의 밴드가 연습하는 소리와 또 다른 밴드가 마을 건너편에서 연습하는 음악 소리를 동시에 들으며 두가지 조성의 음악이 동시에 연주되거나 두가지 다른 박자의 곡들이 동시에 연주되는 것을 자주 듣곤했다고 한다.
“Fourth of July”는 처음에는 조용하던 타운이 독립기념일 퍼레이드를 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왁자지껄 사람들이 떠들기 시작하고, 찬송가 소리가 들리는 듯 하더니 곧 거리의 여기저기서 퍼레이드 용 음악과 드럼, 총소리등이 산발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들을 수 있는데 이는 마치 여러 그룹들이 자신의 음악을 연주하며 내 앞을 지나 행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또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이곡의 마지막을 들으며 불꽃 놀이를 연상했다면 그 사람은 자부심을 느껴도 될 듯 하다. 곡의 가장 끝 부분은 불꽃놀이의 마지막 불꽃이 사그러들며 떨어지듯 조용하고 평화롭게 마무리 되며 독립 기념일 행사의 마감을 표현하다. 선뜻 듣게 되지 않는 현대음악이지만 미국의 도전정신을 되새기며 상상력을 발휘해 이 곡에 나오는 여러 멜로디 중 몇 곡을 찾아 낼 수 있는지 스스로를 테스트 해보면서 들어보길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