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서 김월림, 고혜선 선교 보고

아이티에서 김월림, 고혜선 선교 보고

찬미예수,

 

찬양받기에 합당하신 주님을 마음을 다해 경배합니다. 주님의 존귀하신 이름으로 문안드립니다. 지구촌 오지 시골 아이티에서 살아가는 저희 가족을 위해 기도해 주시는 모든 분들의 교회와 가정 위에 주님의 추복이 가득하시길 기도합니다. 이곳에서의 삶은 늘 스릴 넘치고. 긴장의 연속이지만 감사의 눈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주의 은혜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1.벼랑 끝에 서서 다시 소망의 주님을 바라보다.

얼마 전 아이티에는 예상치 못한 큰 어려움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워낙에 가난한 나라다 보니 삶에 지친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정부의 유류가 인상 발표 직후 전국에서 큰 시위가 일어났습니다. 도시 전체의 도로가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큰 길만이 아닌 좁은 골목까지도 타이어를 태워 바리게이트를 치고 돌무더기를 쌓아 놓고 차량 통행을 막았습니다. 나는 시위가 시작되는 바로 그 시간 외국에서 온 단기선교팀과 사역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갑작스럽게 시위가 커지고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근처 안전한 호텔로 이동했습니다.

 

몇 시간 상황을 지켜보며 분위기가 가라앉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시위가 더 격렬해진다는 리포트를 받았습니다. 자칫하면 며칠 동안 이곳에 갇혀 지낼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진 이후 지금까지 함께 한 운전기사 개스통과 함께 의논하며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들을 돌파하기로 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이곳에 갇혀 팀이 출국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에 나서서 시위대와 직접 협상을 하고 타이어를 치우고 중간 중간 쌀아 놓은 돌을 옮기고… 그동안 이곳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처음으로 경험하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단기선교팀은 아마도 선교사인 나보다 훨씬 더 두려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의지할 분은 주님 밖에 없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4시간 만에 가까스로 집에 도착했습니다. 안전을 지켜주신 주님께 감사의 고백을 올려드렸습니다. 우리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 온 후에도 시위는 잦아들지 않고 계속 되었습니다. 급기야 폭도로 변한 일부 시위대는 큰 슈퍼마켓 등의 문을 부수고 들어가 물건들을 탈취했습니다. 그리고 호텔 등에 세워둔 차량과 자동차 판매회사의 쇼룸에 있는 차량에 불을 지르고 은행을 털기까지 했습니다.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자 미군들이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기로 들어오고…결국 우리는 예정된 현지인 교회의 주일 사역을 모두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저 집에 머물며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때 내가 현재 속한 단체에서 받은 중요한 가르침이 떠올랐습니다.

모든 것이 내가 원하고 기대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어떠한 눈으로 이 모든 것을 맞이해야 하는가.

‘하나님, 이것을 통해 나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원하십니까?’
‘주님, 내 힘으로 할 수 없는 이 모든 일 앞에서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합니까?’

그때 주님이 한 가지를 떠오르게 하셨습니다. 거친 파도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 파도는 순식간에 우리 모두를 삼킬 만큼 거셌습니다. 두려움이 몰려왔습니다. 공포가 다가왔습니다. 그것에 눌려 질식할 것만 같습니다. 주님은 도망치지 말고 거센 파도를 향해 다가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파도를 피하는 자가 되지 말고 그것을 타고 비상하는 법에 대해 가르쳐주셨습니다.

‘이 땅을 휘감은 큰 파도가 있기에 네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지 않느냐고.’
‘거센 파도를 피하지 말고 그것을 타는 법을 배우라고.’

주님께 감사할 뿐입니다. 선교사로 살아가면서 온갖 종류의 어려움이 몰려올지라도 도망가지 않고 그것을 타고 한계를 뛰어 넘어라가고 하신 레마의 말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놀라운 가르침의 말씀입니다.
눈물을 쏟으며 귀한 가르침에 대해 감사한 후, 아내에게 말 했습니다.

“여보, 이 땅의 현실이 참 어려운데 그것 때문에 우리가 더 오래 이곳에 머물며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 같아. 주님이 며칠간의 힘든 일들을 거치며 우리 부부가 오랫동안 더 열심을 다해 아이티를 섬기며 살아가라고 주님이 감동을 주셨어요.”

이 말에 아내는 대답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내의 침묵 속에는 강한 긍정이 숨어있음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최선을 다해 이곳을 더욱 사랑하겠다는 벼랑 끝을 지키는 선교사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나는 분명이 알고 있습니다. 불평하거나 원망하지 않고 기쁨으로 주님이 보내시는 파도를 타겠습니다. 거센 파도를 타는 믿음의 실험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2.난민촌 현제 벵쌍을 보며

벵쌍은 까사인 난민촌에 살고 있습니다. 2010년 지진 이후, 난민촌을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힘겨운 삶을 살아갑니다. 그는 수줍음이 많고 매사에 소극적인 사람입니다. 게다가 지지리 재주도 없어서 하는 일마다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이들이 아동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채 몇 명의 여성들과 함께 살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해 헤어지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뱅쌍은 문맹퇴치과정을 거치며 자신의 생각을 글로 조금이나마 표현 할 수 있을 정도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 형제가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길을 건너다 오토바이에 부딪혔는데 몸에 많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치료를 하지 못해서 복부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고 직후 바로 진료를 받았으면 쉽게 회복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가난과 이곳의 열악한 의료 환경이 작은 상처를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했습니다. 상처 부위에 염증이 심해지며 구더기 등이 생겼습니다.

이방인인 나는 그의 상처를 보며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상처만이 아닌 그의 인생을 누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상처의 무더기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회복시킬 수 있을까.
그저 단순한 개인적인 도움을 넘어 이 나라가 안고 있는 고통의 역사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
이 땅의 도시를 바꾸고 시스템을 새롭게 하는 일은 가능한 것일까.
어떻게 하면 새로운 세대들을 일으킬 수 있을까.
아이티에서 풀어가야 할 나의 과제입니다.
어쩌면 영원히 제대로 답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있다 해도 이루기 어려운 난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 한 걸음 마음을 다잡고 그 길을 가보려 합니다.

 

3.살아가는 이야기

선교사로 살아가는 나는 요즘 속이 점점 좁아져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타문화권에서 긴장 속에서 살아가면서 마음이 더 넓어져야하는데…

갱년기를 지나가며 가끔은 내 마음마저도 추스르지 못하는 나에 대해 속이 상할 때가 있습니다. 아내는 점점 담대해지고 용기 있는 여성 선교사가 되어 가는데 나는 정반대로 바뀌어가는 것 같습니다. 남자가 나이가 들어가면 그렇게 된다고 하는 어르신들이 하시던 말씀에 약간의 위로를 얻지만 다시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나는 돌아보며 주님 앞에 나아가려 합니다.

선교지의 연차가 쌓여가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가슴이 넓어져가는 사역자가 되어 가도록. 주님의 은혜를 구하고자 합니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고요한 시간을 내어 하나님 말씀 앞에 나아가 나 자신을 돌아보고 하나님의 긍휼을 구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사역의 결과물과 성과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사역과 가정, 나의 개인적인 주님과의 영성이 균형 잡힌 사역자로 잘 늙어가도록 기도해 주십시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
존경합니다.

아이티에서 김월림,고혜선(다솔) 드림

 

다음과 같이 기도해 주세요.

  1. 혼란스런 아이티 정국이 속히 안정되어 모든 국민이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2. 난민촌 학교의 새로운 학기 일정을 주님께서 지켜주서서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가도록
  3. 섬기는 난민촌 주민들의 마음속에 복음의 씨가 자라가도록
  4. 가족 전체가 서로 사랑하며 한분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며 나아가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