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없는 남편

국물없는 남편

국물없는 남편- 이 말은 아내가 내게 붙여준 별명중의 하나이다.

과히 명예스럽지 못해서 거론하기 부끄럽지만 하여간 아내는 나를 그렇게 부르고는 재미있다고 웃곤한다.

왜 국물이 없는 남편인가? 건데기는 있는데 국물이 없기 때문이란다.
사랑의 건데기는 있는데,사랑의 국물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마음으로는 끔찍히도 사랑하는 것 같은데,막상 그 사랑의 국물을 좀 얻어 마셔 보려면 그게 없다는 것이다.

아내는 내게 묻는다.
「당신 나 사랑해요 ?」 「아니 그걸 질문이라고 하나?」 「믿을 수 없어요」
「이것참… 내 마음을 열어 보일 수도 없고」「속마음은 볼 수 없지만, 겉으로 나타나는 표현은 있어야 할 것 아니예요? 국물이 있어야지요」 이런 식이다.
그래서 내가 「국물없는 남편」이 된 것은 한마디로 「선물을 할 줄 모르는 남편」이기에 얻게 된 별명이라고 해석해 본다,

결혼한 이래로 나는 거의 매년 아내의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같은 것을 잊어버리곤 했다.
왜 그렇게도 잘 잊어 버리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당신 생일 지났잖아?」 이렇게 말해야 할 때는 정말 죽을 맛이다.
그러나 어떡하랴? 국물없는 남편을 모셨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남편이 생일을 기억해 주나 안주나 시치미를 떼고 있다가도 무심하게 또 그 날을 잊어버리면
한없이 서러워 하던 아내도 이제는 아예 미리 미리 힌트를 준다.
달력에도 식구들 생일을 미리 표시해 놓아서 잊어버리기도 이젠 힘들게 되었다.
그리고 은근히 노골적인 말도 한다.
「나는 이런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구요. 반지나 목걸이 같은 것도 좋아한다구요」 그러면 나는 의례 말한다.
「당신 필요한 것 있으면 사지. 나야 뭐 월급 봉투채 다 주었는데 당신 마음대로 쓰라구」
아내는 이 말에는 기가 죽는 모양이다.
결혼한 이래 옷 한벌 사입은 적이 없는 여자가 바로 아내이다.
사고 싶은 것이 많아도 그때마다 침 한번 꿀꺽 삼키고 「다음으로 다음으로」 미뤄온 알뜰주부이다.
다행히 양가 부모님들이 철따라 좋은 옷을 많이 주셨으니까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벌써 무슨 큰일(?)이 일어 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내에게 선물을 한번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아니다.
가만히 섕각해 보니 나는 아내에게 적시에 적절한 선물올 했기 때문에 결혼에 성공한 사람이다.
우리가 처음 교제하기 시작하던 첫번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는 아내를 불러냈다.
그리고 선물꾸러미를 내놓았다. 그안에는 최고급 만년필이 들어있었다.
아내는 그 일을 두고 두고 이야가하면서 그때처럼 당황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마 그 만년필 선물은 굉장한 효과를 발휘한 것 같다.
그 만년필을 쓸 때마다 선물 잘하는(?) 남편 후보감의 배려가 얼마나 고마왔으랴.

그후에 나는 군대에 가고 아내는 이제 노처녀가 되는 위험수위에 있을 때였다.
나는 또 기가 막힌 선물을 하나했다.
그것은 군대 P.X.를 통해 나오는 전기밥솥을 하나 사서 선물한 것이다.
한일 전기밥솥이던가 하는 그 선물을 샀을 때 나는 무척이나 가분이 좋았었다.
그 밥솥을 사서 쳐다보니 그 밥솥으로 함께 밥을 해 먹는 것을 상상하고 있으면 금방 신혼 살림이 시작되는 기분이었다.
아마 그 선물을 받은 쪽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지난번 아내 생일때 나는 반지를 하나 선물했다. 그것은 모처럼의 국물이었다.
이민 오기전 수속하는 동안 아버님 계시는 교회에서 9개월을 무보수 협동목사로 봉사해 주다보니
우리는 완전히 빈손이 되었고 아내는 이주비용을 위해 결혼패물을 내놓았었다.
아내의 손에 다시 반지를 끼워줄 때 정말 마음이 흐뭇했다.
아내도 무척 감격스러운 듯했다.하도 오랜만에 받는 선물이라 더 감동을 받았올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보면 아내는 그 반지를 거의 끼지 않는다.
「반지 어떻게 했소」 하고 물으면 「어디 있을 거예요」 대답하고 만다.
역시 국물없는 남편에 어울리는 아내이다.

며칠전 우리 내외는 병원에 잠시 들릴 기회를 가졌다.
우리 성경 공부반의 부장이신 홍장로님의 부인 집사님이 갑자기 쓰러지셔서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나왔다.(아무쪼록 집사님께서 속히 회복되시기를 빈다)
유난히 금슬이 좋으신 장로님 내외분의 그런 어려운 일을 보면서 우리는 느끼는 것이 많았다.
차를 타고 오면서 아내는 내게 말했다. 「여보 우리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모르는데 서로 싫은 소리 하지말고 삽시다.
그리고 내가 혹시 저렇게 되더라도 당신 당황해서 굶고 그러지 말아요.아픈 사람은 아프더라도 건강한 사람은 건강을 지켜야지요」 나는 속으로 섕각했다.
이런 말보다 더 좋은 선물이 어디에 있으랴. 이런 따뜻한 사랑의 말을 수백불짜리 반지에 비길 수 있으랴.
하나님의 최대의 선물인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 가정에 넘치는 한 우리의 아내가 우리의 남편이 바로 하나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은 아기 예수님이시다.
그리고 예수님은 하나님의 최대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시다. 그러고 보니 성탄절에 선물하는 풍습은 하나님이 시작하신 셈이다.
우리 가정에서는 일년에 두번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고있다. 한번은 큰아이 생일이 있는 12월 성탄절에, 또 한번은 작은아이 생일이 있는 6월에 준다,
이번 성탄절에는 아이들 선물에다 아내를 위한 선물도 같이 해야겠다. 그래서 이제는 국물없는 남편이 아니라 국물이 넘치는 남편이 되어야겠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교우님들 중 어느 분도 필자를 국물없는 남자라고 생각하지 마시 기를 부탁드린다.
하여튼 필자의 마음은 주님의 사랑으로 넘치기 때문이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어주신 이가 어찌 그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은사로 주지 아니하시겠느뇨.(롬 8: 32) 」

림 형석 목사

이글은 19??년 월에 발간된 한마음 제 31호 4페이지에 실렸던  문예글을 다시 재개한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