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골 마스크

해골 마스크

5년 전 조그만 세탁소 에이젠시를 시작했다. 감사예배를 드릴 때 심방 오신 목사님께서 주신 하나님의 말씀 “하나님이 주인이심”을 날마다 고백하라고 하셨다. 출근하면 잠시 기도하고 “하나님이 주인이십니다” 를 세 번 복창한다. 주인 되신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며 종일 콧노래로 하나님을 찬양한다.

지난 해 3월 20일경, , COVID 19 팬더믹 상황으로 “Stay at home” 명령이 있자 손님이 거의 오지 않았다. 갑자기 당한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이 상황에 내가 뭘 해야 할까? 생각했다. 미국에 마스크가 부족하다고 하니 마스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전에 판매 허가(sales permit) 를 받아 놓은 것도 있고, 옷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옷감 사다 놓은 것이 제법 많이 있었다. 면 종류를 골라 마스크를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손님들의 반응이 좋았다. 가격이 저렴해 돈이 별로 되진 않았지만, 이 상황에 바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가게 세 정도는 낼 수 있게 되어 마치 하나님께서 만나를 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

가지고 있던 옷감을 다 사용해 가는데도 마스크를 사러 오는 손님은 끊이지 않았다. 다운타운 자바시장에 옷감을 사러 나갔다. 눈에 띄는 디자인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 다투어 그 옷감을 사 간다. 화려한 꽃무늬 안에 자세히 보니 해골 그림이 들어있다. 조금 마음에 걸렸지만 ‘유행인가 보다’ 하면서 사가지고 왔다. 만들어 전시해 놓기 바쁘게 사람들이 멋있다며 한꺼번에 여러 장씩 사가지고 간다. 그런데 한 손님이 할로윈 때에 쓰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였다. 그때서야 알았다. 이 무늬의 주제가 ‘할로윈’ 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서 하나님이 주인이시라면 당연히 이 무늬로 마스크를 만들어 파는 일은 기뻐하지 않으시 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나는 그 물건을 버리지 못했다. 아침에 기도하고 출근하면 손님들은 그 마스크가 최고라고 하며 사가고 나는 내키지 않는 마음을 무시하고 그냥 팔았다. ‘이 사람들 문화인데 뭐, 손님들이 저렇게 좋아하는데’. 하면서 자기합리화를 시켰다.

기도하면 자꾸 그 해골 마스크가 떠올랐다. 주인의 음성을 듣지 않고, 내가 주인이 되어갔다. 그러면서 사탄이 좋아한다는 죄책감이 고개 들기 시작했다. 순간 깨달었다. 이건 아니야, 이 작은 일에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하나님을 피하고 숨으려 하는 내가 보였다.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하나님께서 원하시지 않는 행동을 자기 합리화하며 이건 아니다고 하면서도 그냥 하루하루를 우유부단하게 사는 내 모습에 화가 났다. 기도가 막히니 영적으로 목말라 가고 있었다.

얼마전 눈물 흘리며 읽었던 작가 브래넌 매닝의 ‘아바의 자녀’ 에서 읽었던 한 부분이 생각났다. 가룟 유다와, 베드로, 그들 내면의 거짓 자아에 대한 태도와 결론에 대한 이야기이다. 베드로는 주님을 세 번씩이나 부인하는 비겁한 행동을 했지만 예수님께로 나아갔고, 가룟 유다는 양심의 가책으로 자살을 하고 말았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으로부터 멀어지는 걸 제일 안타까워하신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나는 은혜의 아바 아버지의 품에 이 연약한 모습 그대로 다시금 안기는 결정을 했다. 해골그림이 들어간 마스크는 포장된 채로, 그 나머지 천과 함께 쓰레기통에 던져 버렸다.

당신의 형상대로 우리를 지으시고 기뻐하셨던 하나님, 죄 가운데 버려두지 않으시고 당신의 모든 것을 주시고 다시 자녀 삼아 주신 은혜로 살고 있다. 사랑받는 자녀로 제한적 자유를 가진 존재이다. 내가 죄의 종노릇 하는 삶을 택하든지 하나님의 의로운 사람으로서의 삶을 선택하든지 자유가 주어져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있다고 했다. 나의 욕심으로 선택한 삶으로 인해 죄책감으로 하나님을 피하고 방황할 일이 아니다. 내 삶의 주관자 되시고 주인 되신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 그분 안에서 자유와 평안을 누리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미싱 앞에 앉은 나는 어느새 찬양을 흥얼거리고 있었다.

한남옥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