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돋이로 떠오르는 가정

해돋이로 떠오르는 가정

요새는 미디어에서 날씨를 점검하게 되고 꼭 해돋이와 해지기 시간도 체크한다.  하루가 해돋이로 시작하여 해가 지면서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그 하루 안에 가정의 삶이 이루어진다.  그만큼 가정은 인간사에서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는 서로 아끼고 섬기는 가족들이 있다.

뜻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 년이 넘도록 자녀들을 정상으로 만나질 못했다.  그러나 서로 간에 애 뜻함을 발견하는 귀한 시간이었다.  외출 금지 상황에서 가정에 충실할 수 있었다.

딸은 샌프란시스코에 살고, 아들은 샌디에고에 살고 있다.  아들 식구를 이번 팬데믹 기간 동안 한 번 밖에 못 봤다.  여행 도중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걱정하다 보니 각자 일에 충실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결론이었다.

집에 머물면서 나는 하루 삼식을 준비하고 좋은 아내가 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살림에는 별로 점수를 후하게 받지 못하는 나에 대해 아이들은 걱정을 많이 했다.  남편은 당 치수가 높아 제한된 재료로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는 익숙해져 어느 정도 요리 준비가 수월 해졌다.

 

 

멀리 떨어져 있는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가정을 잘 꾸려 가는 것을 확인시키는 것이 내 하루 일과 중에 중요하다.  하얀 접시에 올려진 음식을 사진 수첩에 올려 토요일마다 짤막한 소식과 함께 자녀들에게 전했다.  음식의 색감을 담은 좋은 사진이 나올 때까지 옆에서 입 맛을 다시는 남편의 모습, 빨간 채소와 과일로 표시된 사랑도 사진에 담았다. 애들이 사진을 보고 냠냠하면서   촌스럽다고 엄마를 타박하진 않는다.  아이들이 엄마를 안심시키고 솜씨 발휘하라는 격려 같다.

 

 

그간 만나지 못했던 12살짜리 외손자가 청소년 시기라 가끔 부모한테 혼이 나는 모양이다. 할머니로서 내가 어떻게 도울까 생각하며 걱정되었다.  달려가서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로 해결될 것 같은데 새장 안에 든 새처럼 도리가 없었다.  우리는 하나님께 기도할 뿐이다.

가정은 가장 기초적인 배움의 터전이다.  매주 월요일 엽서를 통해 손자에게 안부를 묻기 시작했다.  지금은 성경 구절을 예쁜 편지지에 써서 손자와 속삭인다.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가 할아버지의 친필로 영어가 그려진다.  돋보기안경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인쇄체와 필기체가 범벅이 되어 성경 구절을 쓰는 것도 꽤 시간이 걸린다.

성경 구절을 고르고 손자에 대한 사랑을 펜촉 끝으로 전하는 할아버지 마음까지 봉투에 담아 오십 오전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다.  파란 하늘도 도와준다.  그리고 손가락에 날짜를 넣어 꾸부렸다 폈다 하며 손자가 곧 이걸 받아 보겠지 하면서 입가에 미소가 할아버지 얼굴 주름에 겹쳐진다.  엊그제 결혼한 것만 같은데 내 얼굴에도 새겨진 주름에 연륜을 느끼며 마음이 싸하다.

손녀딸은4살 반이다.  옆에 있다면 한국말을 가르칠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처음엔 줌 모임과 페이스 타임에서 얼굴만 보고 일반적인 대화만 하였지만 지금은 화상통화로 일주일에 한 번씩 한국말을 가르치는 한글 선생이 되었다.  화요일에는 한국어를 배우는 날로 손녀딸이 정했다. 다른 요일에 한국어를 하면 ‘오늘은 화요일이 아닌데 한국말 공부하기 싫다며 전화를 끊는다’고 할머니를 놀린다.  색깔과 채소, 과일과 물건 이름들을 한국어로 연습을 시킨다.

식구라도 멀리 있어 자주 볼 수 없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사랑으로 가정이 이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주님이 함께 동행하시면 어려운 난관도 극복해 나갈 수 있어 감사하다. 서로가 자기 생활에 충실하면 가장 이상적이다.  또 같이 모였을 때에는 아름답고 화목한 가정으로 한 묶음이 되는 것이다.

지난해의 가정은 기다림의 포장이었다.  염려와 걱정이 사랑과 감사로 포장되었다.  온 가족이 6월에 만나서 함께 포장을 한 가닥 한 가닥 풀 생각을 하면 벌써 마음이 뿌듯하다.

 

 

오늘 해지기 시간에 하루를 세어 본다.  볕과 같이 웃고 구름과 떠 돌며 흩어진 가족 생각과 남편을 위한다고 굴곡의 음성으로 함께한 하루였다.  가정은 해돋이와 함께 시작된다.  또 하루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회개하는 기도를 석양빛과 나누면 해지기와 스르르 잠이 든다.  그동안 아이들과 있었던 오해도 가정에 앉은 따스한 볕으로 해소되었다.

하루 안에 가정이 있고 지남철 같은 사랑은 이웃과 사회로 피어나간다.  가장 작은 것에도 감사하며 가족 간의 사랑을 꽃필 수 있도록 오늘에 충실해야 되는 곳이 가정이다.  해가 저물지만 내일 가정을 비추는 해돋이가 있을 것을 알기에 하루를 마무리한다.  해지기와 대화를 나눈다. 가슴으로 안은 가정과 가족이 있다고.

정정숙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