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에벤에셀 하나님

나의 에벤에셀 하나님

2021년 7월 2일 오전 10시 30분 달라스 행 비행기는 예정보다 늦은 11시 10분경에 이륙했다. 처음으로 미국에서 혼자 떠나는 타주 여행이다. 20여 년이 넘은 세월 동안 알고 지낸 언니가 어느 날 달라스에서 연락이 와 한번 다녀가라며 비행기 티켓을 보내주셔서, 홀연 단신 아무 생각 없이 아들의 도움으로  LAX 공항에 도착하여  달라스 행 American Airline에 탑승한 것이다.

11년 전 미시간으로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났던 때가 생각이 난다. 대한항공 마일리지로 티켓당 1인당 5불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어렵게 스케줄을 만들어주신 박혜숙 권사님의 도움으로 하나님의 은혜라며 뛸 듯이 기뻐하며 온 가족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났다. 그때는 정말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천하를 얻은 것처럼 매사에 당당했었던 것 같다. 무일푼으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비즈니도 승승장구할 것 같았고,  폭풍 성장하는 아이들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건강으로 훗날 분명히 자랑스러운 자녀가 되어 줄 것이라 확신도 할 수 있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그 세월에 일 년이 더해진  지금, 사랑하는 아이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잘 성장하여 엄마인 내게 자랑스러운 딸 아들일 뿐 아니라, 하나님께도 보시기에도 아름다운 자녀로 잘 성장해 주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아버지의 은혜이다. 돌이켜 보니 내가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었다. 그 기도를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것이 유일한 나의 호흡이었기 때문이다. 그 호흡이 끊어지면 스스로가  숨 쉴 수 없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난 멈출 수 없어서, 때로는 폭풍 오열로 또 때로는 울부짖음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기도하며 몸부림쳤던  순간순간이  필름처럼 내 뇌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눈시울이 적셔 옮을 느낀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은 하나님의 은혜’라 입술로만 고백했었는데… 지금 이 순간  나의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여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올려드린다. ‘하나님 아버지, 감사합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 아버지 은혜임을 그리고 제가 호흡할 수 있는 것도 하나님 아버지의 크신 은혜임을 깨닫게 해 주시고, 또 감당할 수 있는 일들을 허락하여 주시고, 해낼 수 있는 용기와 능력 그리고 지혜와 담대함도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11년 후에는 참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가장 많이 바뀐 것은 내 마음가짐이다. 그때도 하나님을 믿었고 지금도 여전히 나는 하나님을 믿지만, 난 많은 것들을 계획하지 않는다. 나의 계획이 내 삶을 주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부터 난 계획적인 삶을 사는 것에 무뎌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할 일을 미루게 되고, 먼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망각하는 시점이 오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소중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가진 것을 다 잃었다는 상실감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흘러 지나간 그 시간들과 잃어버린 무엇인가가 있었기에 딸과 아들이 성장할 수 있었음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이런 내 마음이 하나둘씩 정리가 되어가는 듯 한 느낌이다.

12명의 정탐꾼들이 가나안이란 한 곳을 똑같이 바라봤는데… 그들의 생각은 같지 않았다. 갈렙과 여호수아만이 그곳이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임을 볼 수 있는 믿음의 눈을 가진 것이다. 모든 것이 그 자리에 있고 변한 것은 없는데… 내 마음은 이전의 그 마음이 아니기 때문에 힘들었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단 한 번도 내 곁을 떠나신 적도 없으셨는데… 왜 나는 이렇게 오랜 시간을 나 혼자 있는 것처럼 갇혀 지냈는지 모르겠다. 눈물 뿌리며 기도했던 순간 순간이 부끄러울 정도로… 아주 먼 곳에 잠시 다녀온 느낌이라고 할까? 난 이 번 여행을 통해 갈렙과 여호수아와 같은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께서 내게 허락하신 가나안땅을 보고 정복하기를 꿈꾼다. 출애굽 후 40년의 광야생활을 거쳐 정복한 가나안 땅이 그때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의 땅이듯이 내게도 분명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약속의 땅이 있다고 믿는다. 그 땅을 내게 알려 주시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수없이 나를 찾으셨는데… 난 하나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고, 내 삶의 고단함만을 내 방식대로 하나님께 고하기에만  바쁜 기도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이 나이에 깨닫는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나를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기 때문에 내 아픈 마음을 일일이 고하지 않아도… 그리고 목놓아 울 부르짖지 않아도 나를 향해 계획해 놓으신 일들을 하나둘씩 내게 알려주실 나의 아버지임을. 그런데… 난 그런 아버지께 온전한 나의 시간을 드리지 못했다. 한 방향으로만 소통을 한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나의 모든 일들을 직접 듣고 싶어 하셨고, 또 아버지의 뜻을 알려주시고 싶어 하셨는데… 난 내 이야기만 속사포처럼 쏟아내고,  하나님께서 내게 들려주시는 이야기는 두 귀도 모자라서 두 눈을 막으면서까지 듣지 않았던 것이다. 내 뜻대로 사는 일이 너무도 익숙해 버린 삶을 살아낸 결과물인 것이다.  이런 나인데도  여전히 안타까워하시고 돌봐 주심에,  한치의 오차가 없으신 내 아버지 하나님 아버지와의 쌍방 대화를 이제서야 바르게 시작할 준비를 한다.

밖은 아직도 환한 대낮인데… 인위적으로 빛을 가리고 어둡게 해 놓은 비행기 안에 있으니까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나의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 아버지의 세밀한 음성이 내 가슴에 성령의 단비처럼 적셔 든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네 마음을 다 안다.’  언제나 늘 나와 함께 해주시는 내 주님의 크신 그림자가 오늘따라 더욱 크게 느껴짐은 내 쉴 곳은 오직 그분의 큰 품임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도 살아 역사하시는 에벤에셀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리며 처음으로 달라스 땅을 밟아본다.

원정희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