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아픔 (4. 29 폭동을 지나면서)
하나님!
당신은 우리를 보고 계십니까?
당신은 어떤 계획으로 우리를 이 땅에 부르셨습니까?
모든 일은 당신의 뜻에 따라 이루어짐을 아는 우리들, 지금 당신의 구상은 무엇입니까? 우리를 조그만 한국 남쪽 나라에서 태어나게 하시더니 살던 뿌리를 통째로 이곳으로 옮겨놓으시지 않으셨습니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꿈과 계획을 안고 왔지만 저희들은 압니다. 그것이 내 뜻대로 된 것이 아니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이곳으로 온 것임을, 한국에 있었으면 의자에 앉아 펜을 굴리면서 살수 있었던 우리들을 손에 물 안묻히고 맥주 한병, 파 한단도 아래층 수퍼에서 배달받을 수 있었던 우리들을 이 곳에 불러모으셔서 ‘피와 땀’이라는 것을 알게해 주시고 육체 노동이 무엇인가를 알게해 주신 하나님!
너무도 바빠 우리는 왜 사는가를 생각할 겨를도 없고 흔한 정신병조차 거론할 겨를이 없는 우리들, 얼굴은 반질거리지 못하고 손톱에는 메니큐가 없어도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며, 한해를 보내는 우리들에게 -.
하나님. 이 모든 것이 당신의 계획이십니까?
저희에게 무엇을 배우라 하십니까? 더 튼튼해지길 원하십니까? 강해지길 원하십니까? 이 모든 것이 당신의 계획안 에 있고 당신이 이 순간에 나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그런 확고한 믿음안에 거하길 원하십니까?
하나님!
이곳에 사는 모든 당신의 자녀들은 왜 우리가 이곳에 와서 사는가에 대한 의문과 짙은 회의를 감출길 없습니다. 휴가한 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채 그래도 죄 안지으려고, 남에게 해 안 끼치려고 노력하면서 열심히, 열심히 살아가는데 왜 이렇게 생활은 어렵습니까? 새로 이민 온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지만 우리는 그때부터 많은 세월을 흘려보냈습니다. 그저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그대로 당해서 이민 몇십년의 고생이 모두 쓰러져버린 이웃들을 보면서 슬픔과 분노와 가만히 앉아 있어도 불안하고 서도 불안하고 우왕좌왕 안정 되지 못한채 지내버린 며칠을 뒤로 하고……..
당신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의 신앙으로 헤아리기 힘들 때가 있습니다마는… 그 고통가운데서도, 그 경황에서도 감사하다고 흐느끼는 당신의 아들, 딸들을 봅니다. 그 어려운 가운데 주님, 당신을 찬양하는 이들을 봅니다.
고난 이후에 주실 축복에 대해 찬양하지 말고 지금 당하고 있는 고난에 대해 찬양하라 하신 주님.
그들로 하여금 당신의 자녀된 기쁨을 한껏 누리게 해 주심을, 친히 찾아가셔서, 아니 그 마음속에 임재하셔서 그 마음을 위로해 주시고 어루만져주심을 당신께 간구합니다.
이미선
한마음 41호 (6/28/1992) 의 25 페이지에 실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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