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의 고백

양파의 고백

한 양파의 모습을 분석해 본다면 – 이 양파는 여러 겹의 하얀 살결의 꺼풀이 층층으로 싸여 마지막에 “바사삭” 거리는 누런 껍질을 입고 있습니다. 비록 이 양파의 겉모습은 누렇고 추하지만, 그 속엔 매끄러운 양파 “살”이 있습니다.

양파인 내가 처음 주인을 만나 그의 손에 들어가게 되니, 내가 못 벗기는 누렇고 못난 껍질을 주인님은 그의 손으로 반질거리는 하얀 살로 벗겨서 새로운 피조물로 탄생시켜 주셨습니다.

“나”라는 양파 자신은 발이 있어서 이 주인님 손에 걸어 들어간 것도 아니요, 공같이 주인님에게 굴러 들어간 것도 아니요, 어느 날 깨어보니 주인님은 십자가란 마켓에 일부러 양파를 사러 오셨다가, 그 많고 많은 양파 더미에서 고르고 고르다가 제일 구석에 있는 날 뽑아 사 오셨답니다.

먼저 “나”라는 이유는 주인님 손에 쓰임을 받기 위해 나의 머리에 달려있는 오래 묵은 깊은 뿌리를 잘라 버리려고 노력했습니다. 나의 머리 위에 달려있는 상투를 자르려면 날카로운 칼로서 아픔을 무릅쓰며 나의 세상적인 옛것 모두를 싹둑 잘라야 했습니다. 흙이 묻어 있고 고르지 못한 뿌리가 나의 세상적 감투나 나의 의지라는걸  안이상 오직 말씀의 날쌘 “검”을 자로 삼고 길이를 재어가며 나의 상투를 자를 수 있었습니다.

이 뿌리가 잘리고 난 다음에야 여러 겹의 뭉쳐있던 양파 살들이 매듭에서 풀려날  수가  있었습니다. 이젠 잘린 뿌리로 말미암아  넓적넓적한 양파 살을 한겹 한겹 베낄 수 있게 됐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나의 야망, 나의 생각 하나님 보시기에도 별 흠이 없는 일이라고 양파는 또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합당하게 예수님의 형상을 닮기 위해 주인님의 성품을 닮기 위해 나의 한 꺼풀을 벗어 버렸습니다.

나를 죽이고  양파가 제일  중심에 있는 제일 맛있는 부분을 주인님에게 바치기 위해선 또 한 번 어제 벗은 한 꺼풀안에 있는 살겹을 또 벗었습니다.  굴직굴직하게 벗겨진 하얀 살들은 아직도 주님 보시기엔 너무 커서 이젠 이 넓적한 살들을 칼로 다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2등분으로 그리고 4등분으로 이젠 칼로 더 작은 등분으로 썰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생각과 의지를 버리고 예수님을 닮기 위해 나의 겹을 한 꺼풀씩 벗고 이젠 또 나를 더 자르기 위해 양파살을 도마 위에 놓고 다져갑니다.

도마 위에 놓인 하얀 살들을 다져가노라면 나의 눈에 눈물이 고이며 따가운 눈물이 흘러 내립니다. 양파를 곱게 총총 다져 가노라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이 내가 내 자신을 죽이고 오늘도 나를 성령의 검으로 다져 갈 때 눈물은 흐르고 또 흐르게 됩니다.

나의 껍질을 한 꺼풀 한 꺼풀을 벗어 버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운 눈물은 내가  내자신을  죽일려고 노력할 때 그 어려움에 벅차서 흘러내린 나의 고집의 매운 눈물이기도 했습니다. 어제의 나의 앙파 살 껍질을 한 껍질 또 벗기고, 오늘은 또 나를 “총총” 다쳐갑니다. 매운 양파를 썰 때 흐르는 눈물같이 나를 썰어 갈 때마다 다져 갈 때마다 이상하게 회개의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매운 눈에 흘러내리는 눈물같이 이유없이 줄줄 흐르는 눈물은 닦아도 또 흘러 내립니다.

오늘도 나 양파의 꿈은 xxx이어서 나의 뜻대로 세상에서 독수리가 끝없는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펴고 날아가듯 훨훨 날아가고 싶어 하나님께 -주인님께 고했더니 날더러 “앙파야 앙파야 때가 올때까지 납작하게-겸손하게 기다리라” 하셨습니다. 나 양파는 내자신을 죽이고 주께 순종하는 것을-또 나의 한 껍질을 벗어 버리는구나 하며 흐르는 눈물을 또 삼켰습니다. 하지만 난 양파가 순종하는 뜻으로 아픔을 무릅쓰고 칼의 잘림을 받노라면 내 앞에 선 나의 주인님도 같이 울어 주셨습니다.  주인님이 말씀하시기를 오늘도 너의 “I” 껍질을 벗어 버리라 내일도 또 한 껍질을 벗겨라. 또 시간이 있을 때마다 썰고, 자르고, 다지고, 눈물을 흘려라. 내가 다시 올 때까지 쉬지 말고…

세상 적으로나 외모로는 누렇고 추한 양파라도 자기를 벗기어서 곱게 다져가는 양파는 주님의 귀한 종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오지니  집사 (1993  젊은 시절의 어느 가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