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 설명서에 충실하라!

사용 설명서에 충실하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탁소 매상이 줄어들자 마스크를 만들어 팔다가 마스크 한쪽에 수를 놓으면 예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가정용 저렴한 것을 샀다. 어려운 시기에 자수기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가정용 작은 기계로는 반복하여 여러 개를 하다 보면 밑실 조절이 안 되어 자수가 깔끔하지 않거나, 색깔별로 실을 일일이 수동으로 바꾸어 줘야 하고 속도가 느린 점 등 불편함이 컸다.

기독교 서점에서 타올에 전도 문구를 수놓아 선물 세트로 파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생활용품이나 옷에 자수를 넣은 것이 고급스럽고 아름다워 보였다. 전도 도구도 되고 예술성도 있다. 마음이 산업용 자수기 구매로 향하고 있었다. 인터넷에서 산업용 자수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많이 조사하고, 비교하고,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 비디오도 수없이 보았다. 가정용 자수기를 해본 경험이 있으므로 조금 공부하면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드디어 가장 속도도 빠르고 괜찮다고 판단한 기계를 영어가 부족한 내가 혹시 실수할까 봐 며늘아기의 도움을 받아 주문했다. 팬데믹이라 선적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두 달이 넘게 걸려 우리 집에 기계가 도착했다. 우와~!!! 환호성과 함께 기계를 반겼다. 배달 온 사람들은 트럭에서 박스를 내려 조립하여 내방 작업실까지 옮겨주었다. Manuel 을 찾아보았다. 무슨 기계이든지 설명서가 있을 텐데 여기는 없다. 워낙 유명한 회사니까 웹 사이트에 들어가서 교육받는가 보다 했다. 웹 사이트에서는 비디오로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지만 이해가 쉽지 않았다. 가정용과 전혀 달랐다.

주어진 생활은 여전히 바쁘고 손자도 생겨서 기계 사용하는 법을 공부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산업용 자수기를 사용해본 주변 사람도 없어, 도움을 청할 사람도 없었다. 떡하니 버티고 있는 기계는 사용법을 모르니 몇 달간 방치되어있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기계를 사놓고 사용하지 않으니, 나의 신중하지 않음에 대해 남편이 한마디 했다. 남편 말에 긍정하면서 마음먹고 컴퓨터와 기계 앞에 앉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기계에 손을 대고 기도했다.

컴퓨터에 기계회사에서 보내준 프로그램을 깔고 어떻게든 해보려고 여기저기 들어가 보았다. 우와! 그 프로그램 안에 사용 설명서 250 페이지나 되는 PDF 파일이 있는 것이다. “그럼 그렇지, 설명서가 없을 리가 있나?” 중얼거리며 읽어 내려갔다. 설명서에 시키는 대로 한 가지씩 차례대로 해보니 드디어 자수기에서 불이 들어오며 작동음이 “철커덩, 끼익” 난다. 황홀한 순간이다. 컴퓨터에서 디자인한 것을 기계로 보내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깔끔하고 빠르게 수를 놓는다. 감사하고 신바람이나 혼자 겅중겅중 뛰며 춤을 추었다.

아무리 좋고 값비싼 기계라도 설명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계를 시동하기는 했으나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설명서를 자주 봐야 할 것이다. 설명서를 읽는데 낯설지 않은 문구들이 내게 다가왔다. 성경말씀들이 오버랩 되는 것이♘다. 제일 앞부분에는 위험하니까 ‘작동 시 어디는 손대지 마세요’ 하는 메시지가 나온다. 마치 하나님께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시고 인간에게 다스리고 관리하라 하시면서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반드시 죽으리라 하시니라(창 2:17)” 하신 것처럼, 그 외에 많은 말씀이 ‘하지 마라’는 당부도 있고 ‘하라’는 당부도 있으시다. 당신이 사랑하는 인간을 어떻게든 구원하시고 바로 살아갈 수 있도록 설명서로 주신 성경 말씀을 데면데면 읽으며 살아온 것 같아 하나님께 죄송했다. 요즘 교회에서 시작한 성경 통독을 좀 더 창조주이신 하나님의 뜻을 생각하며 읽어야겠다.

한 남옥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