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그 찬란했던 촬영

금요일, 그 찬란했던 촬영

연초에 나는 우리 교회가 좀 더 가고 싶은 교회, 좀 더 유쾌한 교회의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게 올해 영상제작팀이 제작할 영상의 기획서를 들고 대책위원회에서 발표를 했다. 그 기획의 첫 번째 영상이 뉴빌 안수집사들의 플래쉬몹이였고, 두 번째는 교육부 영상이었다.

팔도 안 올라가, 다리도 안 올라간다는 안수 집사들을 데리고 (모시고) 춤도 췄는데, 아이들 데리고 찍는 교육부 영상이야 어떤 형태로든 가능하지 않을까. 게다가 나는 교육부 선생도 했었고, 교육부를 다니고 있는 두 아이가 있으며, 교육부를 섬기는 남편이 있다. 제작 과정에 많은 도움을 기대했다는 뜻이다.

언제부터인가 교회와 세상 사이 놓인 담은 높아졌고,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 있는 크리스천의 문화를 접하기가 어려워졌다. 그 문턱을 낮추면서 부모 세대와도 어우를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따뜻한 메세지를 전하고 싶었다. 팀에서 몇 주간 신중하게 회의하고 결정한 끝에 H.O.T의 ‘빛’이라는 한국 대중가요의 뮤직 비디오를 제작하기로 했다.

한국어로 노래와 랩을 할 수 있고, 춤을 출 수 있으면 더 좋겠고, 무엇보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지 않을 수 있는 아이들이 필요했다. 우리 아들은 나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좋은 기획 같으나 자신은 출연을 못 하겠고, 아마 자기 친구들도 비디오에 찍히는건 창피해 할 거라고 점잖게 거절의 뜻을 알렸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자기 얼굴이 유튜브에 박제되길 원하는 아이들은 없는 듯 했고, 부탁했던 친구 집사들에게서는 ‘미안하다. 우리 애는 안하고 싶단다’는 메세지만 줄줄이 받았다.

주일 예배가 끝나면 아이들이 모이는 체육관에 가서 한 명씩 붙잡고 이 영상이 왜 필요한지 설명을 하면서 참여해 줄 수 있겠냐고 묻기를 반복했으나 큰 소득이 없었다. 아이들은 한국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는 좋아했으나 “해볼래?”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곤 했다.

기획하기는 40명 이상의 아이들이 있어야 하는데… 별 성과 없이 몇 주가 지나갔다. 밥을 먹다 턱이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악관절 디스크라고 했다. 입안에 교정 디바이스를 껴야 한다는데 그러면 말을 할 수 없다기에 일단 제작 후로 미뤘다. 교회 일이 종종 그렇듯, 일하는 과정 어디에선가 커뮤니케이션이 끊기기도 하고, 왜곡되기도 해서 카메라를 돌려보기도 전에 힘 빠지는 일도 있었다.

이 기획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어느 날, 열이 오르고 온몸의 근육들이 자주독립을 외치는 것 같아 코비드 테스트를 했더니 두 줄이 떴다. 양성이었다. 찢어질 것 같은 목을 붙잡고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눈물 콧물, 네 줄기가 흘렀다.

어찌어찌 노래와 랩을 도와줄 도움의 손길들이 나타났고, 녹음과 믹싱 전문가들이 연결되었다. 다행히 교육부에서 고등부와 중등부 아이들이 모이는 금요 FNF 시간에 촬영할 수 있게 공간을 마련해 주셨다. 앞에서 마이크를 들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열심히 설명을 했지만, 친구가 좋고 저녁 식사로 나온 치킨이 좋은 우리 아이들 중 고개를 들고 경청하는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단언컨대 이렇게 힘든 청중은 처음이었다.

“저래 보여도 듣기는 해요…” 보다 못한 선생님 한 분이 위로의 말을 건넸다. 자기들끼리 떠드느라 눈길 한번 안주는 아이들 사이로 우리 아들 뒤통수가 보였다.

교육관 이층에서는 촬영 담당 집사님들이 그린스크린과 조명을 설치하느라 땀을 흘리고 있었고, 분장을 도와주기로 했던 집사님들은 벌써 화장품을 죽 펼쳐놓고 대기 중이었다. 괜히 미안해서 한마디 했다. “몇 명이나 올지는 모르겠어요.”

기특하게 혼자 랩을 해보겠다고 했던 예은이부터 촬영을 시작했는데, 밥 먹고 호기심에 들러본 아이들이 그린 스크린과 카메라, 여러 대의 조명, 분장 테이블 앞에서 점점 재미있어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노래를 연습하고, 친구들과 안무를 짜서 카메라 앞으로 몰려왔다. 좀 재미있는 안무 없냐? 했더니 또 금세 새로운 걸 만들어 와서 이건 어떠냐며 얼굴들을 들이 밀었다. 자기들 얼굴이 모니터에 나오는 게 부끄럽기도 신기하기도 할텐데 친구들과 함께여서인지 빼는 아이는 없었다.

뮤직 비디오의 클라이막스였던 “우린 영락 키즈, 렛츠 파티!” 하고 소리치는 부분은 정말 엔돌핀 그 자체였다. 아이들이 너무나 재미있어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고, 부모의 입장에서 그런 아이들을 보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이었다. 이렇게 잘할 거면서 그렇게 속을 태웠냐… 우리 아이들이 노래하고 랩하고 춤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보셨다시피 해피엔딩이다. 그 찬란하고 흥분됐던 금요일의 촬영 현장을 나는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틈틈이 나와 촬영하고, 안 하겠다는 아이들 설득해서 촬영장에 데려오고, 교회 조명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회사에서 쓰는 조명을 가져오고, 편집하느라 수십 시간에 이르는 촬영 영상본을 몇 번씩 돌려보며 제시간에 결과물을 만들어준 우리 영상제작팀… 사랑해요.

항상 그렇듯, 모든 것을 내려놓는 순간 기적이 일어난다. 나는 더 이상 못하겠으니 알아서 하시라고 침대에 모로 누워 있었던 그 순간에도 쉼이 없이 이어진 누군가의 기도 덕분에, 내가 호흡하며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아름다운 영상을 만들어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올려드릴 수 있었다 . 그리고 그 기도의 힘으로 난 또다시  다음 영상을 기획할 용기를 가져본다.

혹시 이 글을 읽고 문득 우리 영락의 아이들이 그리워지셨다면 영상을 한 번 더 보시길.

다음 기획할 영상은… 그… 쿨럭쿨럭.

 조지운 집사

알고보면 더 재미있는 비하인더씬 –

2:09에 나오는 꼬맹이 남자아이 다혁이와 바로 다음에 나오는 두 여자아이, 다인이와 다민이는 삼남매인데, 엄마인 조세은 집사는 소시적 H.O.T 팬이었단다. 이미 노래를 다 알고 있었다고. 아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긴장하는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노래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덕질하던 엄마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