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나무와 음악가 리스트의 삶

가을 나무와 음악가 리스트의 삶

나무들은 함께 놀던 무더위를 놓아주면서 서서히 여름과의 사랑 열매를 내어놓는 가을이다. 클래식 음악을 가끔 듣는다.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0번’을 우리나라 피아노 신동 임윤찬의 연주로 들었다. 손놀림이 엄청 빠르다. 피아노 위에서 손가락과 온몸이 신들린 듯 화려한 춤을 추고 있다. 저 신들린 듯한 음악을 작곡한 리스트의 삶이 궁금해져 음악사를 찾아보던 중 감동으로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왔다.

프란츠 리스트에게는 사랑 많은 아버지 아담 리스트가 있었다. 프란츠 리스트는 1811년 헝가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아담 리스트는 에스트라하지(Esterhaza) 궁정에서 아마추어 작곡가로 있었다. 리스트는 어릴 때부터 빠른 속도로 피아노를 익히며 음악에 천재성을 보였다. 아버지 리스트는 이러한 아들을 잘 키우기 위해 80킬로나 떨어진 곳을 다니며 Czerny(체르니) 선생님에게 레슨을 받게 하였다. 그러나 아들 리스트를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뒷바라지하던 아버지는 그만 1827년 리스트가 16세 되던 해 세상을 떠난다.

리스트가 뛰어난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었음은 스승 체르니가 큰 역할을 해 주었다. 소년 가장이 된 리스트를 체르니는 무료로 레슨을 해준다. 그리고 아들처럼 대해준다. 리스트는 아버지의 죽음에 슬픔에만 빠지지 않고 더욱 열심히 연습하고 작곡에 몰두한다. 훗날 리스트는 체르니에게 받은 은혜와 사랑에 감사해 본인도 400여 명의 문하생들을 무료로 지도해 준다.

리스트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이미 음악의 신동으로 유명해져 있을 때였다. 1832년(21세)에 파가니니의 음악회에서 파가니니가 바이올린을 신들린 것처럼 연주하는 것을 본다. 당시 파카니니는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고 할 정도로 훌륭한 연주가였다. 리스트는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 그는 피아노로 파가니니를 능가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리스트는 이일 후 더 열정적으로 연습하기 시작한다. 그는 매일 10시간 이상 연습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때로는 20시간 이상 연습할 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피아노를 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악기를 배우고, 작곡하고, 문학과 미술을 공부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공부했다. 암기력이 좋아 악보를 보지 않고 연주하는 전통이 생기기도 했다.

그는 미남이었다. 피아노 독주회를 최초로 시작한 사람이고,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누렸다. 무대의 피아노 위치도 잘생긴 리스트를 잘 보일 수 있도록 자리하는 전통이 생겼다고 한다.

오늘 들은 그의 음악  ‘리스트의 초절 기교 연습곡 10번 (Transcendental Etudes, No. 10)’은 화려하고 열정적인 곡이다. 굉장히 빠른 템포와 복잡한 패턴으로 보아 웬만한 피아니스트들은 소화하기가 어려울 성싶다. 이 빠른 템포의 열정적인 곡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 건 웬일일까? 리스트의 아빠에게서 어릴 적 그림일기를 지도하던 내 아빠의 모습이 떠올랐다. 녹록지 않았던 삶 가운데 하나님을 만나고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리스트의 열정을 따라갈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도전이 되는 삶이었다.

천재이지만 사랑과 은혜에 감사할 줄 알고 그 사랑을 차세대에 흘려보낼 줄 알고 어려운 삶을 괘념치 않고 자기의 길에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고 열정적인 삶을 살아냈다. 마치 뜨거운 여름 열정적인 삶을 살다가 주렁주렁 열매를 맺은 가을 나무들 같다. 리스트의 열정적인 삶에 가을 나무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한남옥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