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음악선물”

수백 년을 이어온 교회음악의 전통은 지금을 사는 그리스도인에게도 큰 자산이 됩니다. 마치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물을 얻을 수 있는 샘물 같습니다. 누군가가 설치해놓은 동산로의 벤치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항상 거기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그것의 가치를 잊을 때가 있습니다. 늘 주위에 있기 때문에 귀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열어보지 않은 오래된 가구의 서랍 같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내 손에 닿아 먼지를 털고 읽어 내려간다면 놀라운 감동이 있는 고전과도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오랜 전통의 교회 음악은 대부분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 위대한 작곡가들과 청취자들의 신앙적 정서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하, 헨델, 그리고 비발디가 살았던 바로크 (17세기 초반부터 18세기 중반까지) 시절을 생각해봅시다. 그들은 웅장한 고딕 양식의 교회 건물 앞에서 위대하신 하나님을 보았을 것이고, 그 앞에 서 있는 자신이 보잘 것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예배당의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서 천국 문을 상상하고, 천정에 그려져 있는 벽화를 보며 항상 절대자를 생각했을 것이고, 파이프오르간의 복잡하지만 질서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천국의 음악을 느꼈을 것입니다. 건축가가, 또한 음악가가 자신의 표현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하나님을 묘사하려고 했던 것입니다.
지금의 신앙적 정서와는 조금 다른 면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은혜를 받는 것은 부르는 찬양의 가사가 같고, 대상이 같고, 받은 구원이 같기 때문입니다. 그 가사는 성경 말씀이고, 대상은 사랑이 많으신 하나님이고, 그리스도로 인해 받은 구원의 은혜가 같은 것입니다.
제가 상황에 휩쓸려 흔들릴 때 늘 힘을 주는 음악 한 곡을 소개합니다. 요하네스 브라함스가 작곡한 German Requiem 중에 6악장 마지막 부분입니다. 영상을 먼저 보세요.
German Requiem은 독일 진혼곡, 브라함스를 진정한 대가로 전 유럽에 알리게 된 첫 번째 곡입니다.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이니 벌써 아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음악만으로도 너무 멋진 곡입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만족하면 안됩니다. 이 곡은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작곡되었고, 그렇기에 메세지를 얻는데까지 가야 합니다. 거기까지 이른다면 어디에서도 얻기 힘든 감동과 은혜와 생명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 링크에서 연주되는 부분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0:09초부터) 사망아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고린도전서 15장 55절)
(2:10 초부터) 우리 주 하나님이여 영광과 존귀와 권능을 받으시는 것이 합당하오니 주께서 만물을 지으신지라 만물이 주의 뜻대로 있었고 또 지으심을 받았나이다 하더라
(요한계시록 4장 11절)
음악을 들어보시면 “Wo ist dein Stachel? Hölle, wo ist dein Sieg?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 있느냐, 너의 승리가 어디 있느냐?” 라고 여러 번 묻습니다. 그 장면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확신에 차 있습니다. 이 곡의 결론은 2:10초부터 나옵니다. 엘토의 유니즌이 노래하는대로 사망이 우리를 묶어둘 수 없고 다만 모든 구원은 우리를 지으신 하나님으로 부터 온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브라함스는 자신이 이 감동을 표현하기 위해 대규모 합창과 오케스트라, 트럼펫과 팀파니의 천둥 같은 소리, 굳건한 엘토의 외침 등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이런 음악은 이해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서 메아리치게 됩니다. 지속적으로 은혜와 감동을 끼칩니다. 그야말로 탁월한 작곡가들을 통해서 주신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조금만 자세히 본다면 우리를 위해 예비하신 하나님의 사랑표현이 온 땅에 널려있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3부 성가대 지휘자 김동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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