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된 자, 나중 된 자

처음 된 자, 나중 된 자

필자가 친히 알고 존경해온 두분 어 른이 있다. K선생과 P선생은 젊었을 적부터 아주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20 대부터 지켜은 우정은 돈독하기 그지 없었고 더우기 사회적으로 어려움과 격동기 속에서 외로움을 달래며 고통을 함 께 나눈 친구였기에 그 정이 피를 나눈 형제보다도 더 깊었다.

그런데 K선생은 장로 아들로 믿는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한 후 목사님의 딸과 결혼해 목사 사위가 되었다. 반면 P선생은 예수를 모르고 도리어 미신을 찾는 집안에서 자라나 교회라곤 문전에 도 가본 적이 없었다.

이들 두분은 만나면 술, 담배도 즐겼 고 세인들이 즐기은 낙도 따라 할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목사 사위인 K선생 의 마음속엔 가까운 친구 P가 아직도 주님을 모르고 세상 낙만 즐기는게 안 타까웠다.

P의 품성이나 인품은 누구 못지않게 훌륭한 친구이지만, 거기에 주님을 알고 함께 교회에 다닐수 있도록 인도하 고 싶었다. 그런 의도에서 K선생은 P 선생에게 매년 성탄절이 올 때마다 성경책을 선사했다.

몇번을 거듭했지만 P는 거들떠 보지도 않다가 어느해 크리스마스엔가 ‘무슨 말씀이 있길래 이토록 내 친구가 열 심히 사줄까?’ 하는 호기심에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곤 가까운 교회에 나가 기 시작했다.

P선생이 교회에 나간지 얼마 안되어 베트남 전쟁이 터졌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선 군인 파송이 있었고, 직업인들 도 베트남으로 진출하던 사람이 많았다. 그 기회는 P선생에게도 주어져 가 족들을 한국에 남겨둔 채 전시로 떠나 게 되었다.

총알이 어디서 날라와 내 몸에 박힐 지도 모르는 위험한 장소에 떨어진 P 선생은 어쩔수없이 친구 K선생이 선사한 성경책을 붙들고 매달리게 되었다. 사람이 가족을 떠나 타지에 나가게되면 누구나 다 다시 한번 자기를 깊게 생각 하게 되는데 더구나 전쟁터에 내동댕이 쳐진 존재와 같은 힘없는 자신을 돌아 볼 때 성경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P 의 심금을 울리고도 남았다.

그 때 받은 영감으로 P선생은 나중에 귀국해서는 어느때보다 더 열심히 교회 에 출석했다. 미국으로 이민와서도 10 여년이 넘게 교회에 열심히 다니며 충성봉사해온 결과 P선생은 교회의 중책 장로직을 맡게 되었다.

60을 훨씬 넘어선 인생 성상에서 장로직을 맡고 교회를 열심히 섬기는 일 에서 사회의 어느 직책보다도 보람있고 커다란 기쁨을 맛본다고 P장로님은 얘 기하곤 한다. 그러나 목사 사위였던 친구 K선생은 먼저 믿기 시작했지만 평신도로 지금까지 집사직을 고수하고 있다.

우연하게도 두분은 다 미국으로 이민 을 오게되었다. P장로가 열심히 교회일 을 하는것을 볼 때마다 K선생은 놀라 움을 금치 못했다. 또 한편은 P장로의 오늘이 있는것은 그 옛날 자기가 끈질 기게 보내준 성경책 덕분이라 생각되면 마음 한구석에서 알수없는 기쁨이 솟았다.
“나의 달려갈 길 다 달려서 생명의 면류관 받는 그 날까지 나의 경주는 그 치지 않으리라” 이렇게 말하곤 하는 P 장로의 표정을 보노라면 인생길 경주에 선 정말 선후를 가리기가 어렵다고 느 껴진다.

우리의 삶에서 선후의 순서가 뒤바뀔 때가 바로 생, 사의 문제다. 태어나는 순서는 있지만 죽는 순서는 없다. 마찬 가지로 신앙문제에 있어서도 모태적 신 앙을 지녔다고 그가 죽는날까지 잘 믿 는가하면 그렇지않다. 도중에 믿거나 늦게 하나님을 알게되었다고 그 믿음이 하찮은것은 더욱 아니다.

지난번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올림 픽에서도 우리나라 마라톤선수 황영조 가 1등을 해서 우리 모두에게 환희에 찬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 경기 실황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처음은 T.V.화면 에 그 선수가 나타나지도 않았다. 중간 쯤 되면서 차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 해 끝까지 지치지않고 테프를 끊은 것이다.

이처럼 장거리 경주에선 처음부터 너 무 열을 쏟아서는 안되는가보다. 시작 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나중까지 잘 참아내고 버티어 골인하는가가 문제다. 인생경주, 믿음 경주, 달리기에서도 처음된자가 나중되고 나중된자가 처음 된다는 진리를 깨닫고 오늘도 내 길을 열심히 달려갈 수 있도록 기도해야겠다.

조정희

한마음 42호 (11/1/1992) 33페이지에 실렸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