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시당하신 어린 양 예수
세계 3대 오라토리오는 헨델 (George F. Handel, 1685-1759)의 ‘메시아 (The Messiah, 1741)’, 하이든(Franz J. Haydn, 1732-1809)의 ‘천지창조(The Creation, 1798)’, 그리고 멘델스죤(Felix Mendelssohn, 1809-1847) 의 ‘엘리야(Elijah, 1846)’를 말한다. 부활절을 위해 작곡되었던 ‘메시아’는 오히려 성탄절이 가까이 오면 교회와 일반 음악회에서 많이 연주된다. 1742 년 4월 13일 오라토리오 ‘메시아’가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메시아’ 공연은 중단된 적이 없다. 우리 나성 영락교회에서도 작년 2022년 크리스마스 음악 예배 때 메시아 1 부인 예언과 탄생과 할렐루야를 연주하였다.
헨델의 음악과 삶의 반전이 되었던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후대의 작곡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헨델의 죽음 이후 해마다 헨델의 기념 음악회가 영국 런던 위스터민스터 성당에서 있었고, 1791년 헨델의 25년 기념 음악회에 메시아 공연을 참관한 하이든은 큰 영감을 받아 천지창조를 작곡하는 계기가 되었다.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1770- 1827)의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 (The Mount of Olive, 1803)’와 멘델스죤의 ‘바울 (Paul, 1836)’ 과 ‘엘리야 (Elijah, 1846)’ 등의 오라토리오 또한 헨델의 영향을 받아 작곡하게 되었고 그들의 합창곡들이 교회음악으로 드려지고 있다. 또한 일반 대중들에게도 헨델의 ‘메시아’는 계속적으로 기억하며 또 듣고 싶어 하는 곡이다. 아남네시스 (Anamnesis)라는 단어는 기독교에서 예수의 수난과 부활, 승천을 기념하는 것으로 예수 최후의 만찬에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에서 기원한다. 성경 말씀으로 만들어진 메시아의 가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고난, 그리고 승천을 극대화하며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 오셔야만 했으며 죽임을 당하여만 했던 그 예언의 말씀들이 변함이 없고 거짓이 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를 영광과 존귀로 찬양하는 감격하는 순간들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헨델의 ‘메시아’는 1741년 7월 10일 찰스 제넌스 (Charles Jennens)로부터 가사을 받았다. 8 월 22일 작곡을 시작하여 9월 14일 완료하여 2시간 30분 정도의 연주시간인 곡을 24 일 만에 빠른 속도로 완성하였으며 1742 년 4 월 13 일 아일렌드의 더블린 그레이트뮤직 홀에서 초연되고 많은 찬사를 받았다.
오라토리오 ‘메시아’는 예수의 생애에 따라 서곡과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No. 2- 21)는 예언과 탄생, 2부 (No. 22-44)는 수난과 속죄, 3부 (No. 45-53)는 부활과 영생이다. 가사를 살펴보면 구약의 예언서와 시편, 그리고 신약에서 발췌한 것으로, 1부는 이사야서, 말라기서, 스가랴, 마태복음, 누가복음에서 인용하였고, 2부는 이사야, 에레미야, 시편, 애가, 요한복음, 로마서, 히브리서, 요한계시록에서 인용되었다. 3부는 욥기, 로마서, 고린도전서, 요한계시록등으로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의 일관된 주제만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었다.
사순절 기간인 지금 어린 양 예수로서 인간의 몸으로 이 땅에서 모욕과 고난을 받으며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마음에 품고 다시 오실 메시아를 소망한다. 사도 요한이 환상으로 본 죽임당하신 어린 양께 영광과 존귀를 돌리는 온 만물들의 소리를 상상해 보라.
세례 요한은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 (요 1:29) ‘ 이라 증거했고, 합창 No. 22 “ 하나님의 어린 양을 보라 (Behold The Lamb of God)” 는 메시야 제 2부를 시작한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No.23 부터 No. 25 까지는 이사야 50 장을 인용하여 예수의 고통과 멸시를 알 토 아리아와 합창으로 극적 긴장감을 준다. No. 53 “죽임 당하신 어린 양 (Worthy is the Lamb that was slain)” 이 오라토리오 메시아의 마지막 찬양이 되는 것은 2부의 고난에서 죽음으로 그리고 그 죽음을 부활과 다시 오심을 승리로 이끌어 가시는 약속하신 말씀의 완성이라 하겠다.
‘메시아’에서 제일 유명한 합창 No. 44 “할렐루야”는 예수 그리스도가 고난 뒤에 승리하여 이 세상을 다스리는 가사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승리 전에 그가 당했던 모욕을 No. 23 알토가 “주는 멸시를 당하셨네” 를 노래한다.
주는 멸시를 당하셨네
모욕과 천대 또 버림 받으셨네
주 당하셨네
슬픔의 주님 모든 고통 맛 보셨네
모욕과 천대 또 버림
슬픔과 고통 홀로 당하셨네
주의 등을 채찍질 했네
주의 뺨 치네 머리털 잡았네
주님의 얼굴에 침을 뱉었네
주는 멸시를 당하셨네
모욕과 천대 또 버림 받으셨네
주 당하셨네
슬픔의 주님 모든 고통 맛 보셨네
모욕과 천대 또 버림
슬픔과 고통 홀로 당하셨네
No. 23 아리아는 두 가지 형태로 작곡된 곡이다. 첫째는 다 카포 아리아 (Da capo Aria) 형식으로 A B-A’ 세 부분의 구성으로 작곡되었다. 다 카포 (D.C.)의 뜻은 “곡의 맨 처음으로 돌아가서 반복하라” 이며 A와 B는 대조적인 성격을 띄고 있고 반복되는 A 부분은 처음처럼 멜로디를 하지만 부분적으로 음악적 기교와 장식을 넣어서 한다. 제1 부 소프라노 솔로인 “기뻐하라 시온의 딸들아’ 도 다 카포 아리아이다. 두 번째 특징은 Text Painting 또는 Word Painting으로 이것은 가사에 음악적 재료들- 조성, 음역, 리듬, 화음-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듯이 작곡하는 것이다. 이 아리아는 예수의 고통을 저음으로 노래하여 슬픔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A 부분인 ‘버림을 받다, 고통을 당하다’ 의 표현으로 느린 박자인 Largo이며 멜로디의 모션 (움직임)이 하향으로 되어 있는데, 고통과 모욕을 마음속 깊이 억누를 수 없는 애끓는 표현이라 하겠다. 반면 B 부분인 ‘채찍질했네, 뺨을 치네, 침을 뱉었네’의 표현으로 약간 빨라진 템포와 붓점 리듬의 반주를 사용함으로 극적인 가사를 더욱 긴장감으로 진행시킨다.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바하 (Johann S. Bach, 1685- 1750)와 어머니 헨델은 서양 음악사에 큰 획을 긋는 음악인이다. 1685 년 같은 해에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음악관과 가치관에 따라서 표출된 그들의 삶과 음악은 확연하게 달랐다. 한평생 교회음악이든 세속음악이든 오로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그의 음악을 사용한 바하는 “음악의 유일한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과 인간 영혼의 소생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고 했으며, J, J (Jesu Juva: 예수님 도와주소서), S. D. G. (Soli Deo Gloria: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을 자신의 교회음악 악보에 기록했고 일반 기악음악 작품에도 I. N. J. (in nominee Jesu: 예수의 이름으로) 를 기입하였다. 반면 헨델은 20대에도 교회 오라토리오를 작곡했지만, 영국으로 귀화까지 하면서 오페라에 그의 음악에 몰두하며 큰 성공을 한다. 그러나 그 성공만큼 실패를 하고 육체적인 고통의 시간을 갖고 난 후 그의 나이 56세에 내적인 신앙의 깊이로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완성시킨 것으로 필자는 생각된다. 헨델 또한 ‘메시아’ 완성한 후 Soli Deo Gloria 를 쓸 만큼 그의 음악이 온전히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함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헨델의 마지막 연주도 ‘메시아’였고, 그의 소원대로 성금요일 ‘메시아’초연이었던 4월 13일에 세상을 떠났다.
오라토라오 ‘메시아’의 전체 구조를 살펴보며 사순절을 지내고 있는 현재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신 하나님의 계획으로 아무 죄 없으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고통받으심을 기억하고 십자가를 묵상하는 시간이기를 바란다.
1부 찬양대 지휘자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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