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에 받은 선물

휴가 중에 받은 선물

우리 자손들에게 남길 수 있는 유산이 무엇이 있을까? 젊었을 때는 아이들 키우며 생활하느라 항상 물질이 부족하였다. 물질 만능주의 사회에서 헉헉거리며 살았다. 세상 사람들의 기준에 맞춰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하나님의 자녀의 삶은 주관자가 내가 아니었다. 나보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계셨고, 더 높은 계획을 가지고 계셨으며, 그분은 우주 만물을 지으시고 운행하시는 전능자이시다. 그러한 분께서 아빠 아버지 되어 주신다. 하나님을 알고 그분의 뜻을 따라 사는 삶만이 참 평안과 행복을 얻을 수 있음을 체험하며 깨달아 간다. 그래서 하나님을 믿는 가정에서는 어른들이 자손들에게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복을 누릴 수 있도록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주는 것을 가장 귀한 것으로 여긴다.

교회에서 형제처럼 지내는 가정이 있다. 그분이 섬기는 부서에 가끔 들른다. 두툼한 책 한 권이 테이블 위에 올려있다. 얼마 전 소천하신 그 집사님의 어머니께서 남겨주신 ‘손 글씨 성경’이었다. 원본은 잘 보관하고 그것을 책으로 만들어서 자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필체도 좋으시지만, 글자 크기도 시종일관 일정하고 찾아보기도 쉽게 단락별 표시도 잘해 놓으셨다. 건강도 안 좋으셨던 그 어머님께서 성경 한 권을 다 필사하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이셨을까를 생각하니 큰 감동이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유산으로 물려주신 것이다. 참으로 귀한 유산이다.

우리 시부모님께서도 우리에게 신앙을 유산으로 물려주셨다. 그중에서도 ‘가정예배’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가족이 모이기만 하면 예배드림이 최우선이었다. 자손들과 함께 예배드릴 수 있음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해하셨는지, 가끔 가정예배로 인해 인자하신 아버님의 행복한 미소는 지금도 마음을 따뜻하게 적신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부모님의 그러한 아름다운 신앙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못한 것 같아 부끄러웠다.

지난주 하나님께서는 우리 부부에게 큰 기쁨을 선물로 주셨다. 작은아들은 직장 일이 바빠 시간을 못 내고, 큰아들네가 시간을 맞춰 2박 3일 휴가를 함께 보냈다. 남편이 많이 걷는 것이 힘든 점을 배려해 멀지 않은 곳 Hot Springs에 콘도를 얻어 숙소로 정하고 가까운 곳에 박물관 등을 찾아서 여행을 했다. 3일 동안 가족과 함께 여행한 모든 시간이 행복했지만, 특별히 손자와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었다.

우리 부부는 새벽예배의 습관이 있어서 휴가지에서도 새벽에 잠이 깨었다. 그런데 20개월 된 손자도 잠이 깨어 우리 방문 앞에서 ‘하비!, 함미!’하며 우리를 부르는 것이었다. 얼른 우리 방으로 안아 들여 “하비랑 함미랑 예배드리자” 했더니, “네~” 하며 좋아한다. 남편은 손자의 찬송 소리도 듣게 하여주시라고 기도하곤 했는데, 말도 잘 못하는 손자가 온몸으로 장단을 맞춰가며 함께 하나님께 예배를 드렸다. 둘째 날 Chino에 있는 비행기 전시장을 다녀온 손자는 피곤했던지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벽 3시 반쯤 깨어, 또 하비, 함미를 불렀다. 함께 놀다 또 시간이 되어 예배를 드렸다. 할아버지가 안고 기도하니 그 품 안에서 천사처럼 잠이 들었다. 남편의 눈가가 촉촉해져 감을 보았다. 휴가 계획에 없던 하나님의 큰 선물로 감사와 함께 행복한 미소가 번져온다.

예배를 통해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 삶의 주관자 사랑의 하나님을 느끼고 그분 안에서 꿈을 꾸며 예배자로 설 수 있기를 기도한다. 우리의 믿음의 조상들처럼 우리가 자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은 전능자이시고 사랑의 하나님을 알게 하고 예배하게 하는 신앙이 가장 귀한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한남옥 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