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의 행복

어느 날 남편과의 대화 중 ‘당신은 항상 지는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 가더라’라는 말을 듣고는 마음에 찔려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인내심이 강한 편이고, No! 라는 말을 잘 못하는 편이다. 나 자신보다는 상대를 배려하고 산다는 생각을 했었다. 착각이었다. 가족이나, 내게 주어진 공동체 속에서 바쁘다는 핑계가 항상 앞섰다. 늘 상대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이 정말 필요한지 생각이나 계획 없이 빨리 일을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앞선다. 무슨 일을 하기 전 잠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상대방의 필요가 무엇인지 생각할 때, 같은 수고를 하여도 보람 있고 서로가 행복해질 텐데 말이다.
요즘 몸무게가 자꾸 늘어가는 것 같아 저녁을 부실하게 먹곤 했는데,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만두나 고기 종류를 좋아하고 나는 생선 종류를 좋아한다. 퇴근길에 “오늘 저녁 당신 먹고 싶은 거 먹고 들어가요. 뭐 먹을까요?” 곧바로 나오는 남편의 대답은 “저녁이니까 당신 좋아하는 동태찌개 하나만 시키고 밥 한 공기 추가 해서 먹자”하며 잘 가는 식당으로 향했다. 항상 나를 배려하는 남편을 이길 수 없음을 잘 알기에 동태찌개를 가운데 놓고 오랜만에 저녁을 배가 부르게 먹었다.
남편이 다리 건강이 좋지 않아 자기 일을 고만둔 후로는 함께 일을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아프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잠자는 시간, 식사, 영양제 등 남편이 아니라 부모같이 나를 챙긴다. 지나친 배려가 때로는 잔소리로 들리고 자유가 없다고 투정을 부렸는데 일방적인 배려만 받았던 시간들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중독인 내게 남편의 배려가 없었다면 건강하여 몸무게가 늘어나는 복에 겨운 걱정이 아니라 병을 얻어 걱정할 것이다. 이제 쉬는 날엔 남편을 배려하는 시간을 계획해 보려 한다.
요즘 들어 연휴와 학교들의 졸업식 등으로 여행을 계획한 사람도 많고 행사들이 많아서 세탁물과 수선물이 많다. 날짜 맞춰 일을 끝내느라 가게에서 못 끝낸 수선물은 집에까지 가져와서 밤에 한다. 옷이나 어떤 물건을 수선할 때 즐거운 마음으로 먼저 손이 가는 옷이 있다. 깨끗이 세탁하여 세제 냄새가 상큼하게 나는 것이다. 그 속에는 테일러를 배려함에서 오는 귀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소한 일이지만 존중감을 느끼게 해준다. 기분 좋게 일해주면 손님이나 일해준 사람이나 서로가 행복해지고 만족감을 높일 수 있다.
여기저기 낡아 해어졌지만, 깨끗이 세탁해온 작업복에 먼저 손이 갔다. 일이 많다. 그래도 이 작업복을 입고 열심히 일했을 손님을 생각하며 핀으로 표시해 놓은 곳을 다 꿰매고 수선이 필요한 곳을 더 찾아서 완벽하게 해 주었다. 그 손님은 당신은 항상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며 엄지를 올리며 ‘최고!’라고 감사를 표시하며 갔다. 그런 날은 내게도 콧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일하는 날이 되곤 한다.
배려하며 살자! 모든 인간관계에서 상대를 배려하면 서로에게 기쁨과 행복을 줄 수 있다. 배려한 자신도 행복해지고 상대방도 배려해준 따뜻한 마음 때문에 행복해진다. 일상의 삶에서 잠깐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필요를 챙겨준다면 행복한 가정, 행복한 사회가 되리라.
한남옥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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