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결 사회의 역설

초연결 사회의 역설

요즘 세상을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라고 합니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 센서  기술 등의 발전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등 모든 것이 네트 워크로 연결된 사회란 뜻입니다. 일례로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증강현실,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 시티 등 미래 유명하다는 비즈니스 대부분이 바로 초연결 사회를 대표하고 구성해 주는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대부분이 이런 사회에 노출되어 있으실 거고, 자신이 원하던지, 혹은 원하지 않던지와 상관없이, 많은 부분을 사용하고 계실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아마 이제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것 정도는 누구나 다 하실 테니까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아마 초연결 사회를 대표하는 기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전 세계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연결되어 끊임없이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으니 말입니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 하더라도, 작은 화면 안으로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연결고리가 바로 스마트 폰입니다. 그토록 우리는 지금 서로 연결되어 있고, 연결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초연결 시대에 “단절”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아마도 이것은 팬데믹으로 인하여 불씨에 강력한 점화가 이루어졌을 수 있습니다. 단순히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에서 오는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 감정 소모, 피로에 대한 거부 이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사람을 대면하지 않고도, 말 한마 디 꺼내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을 수 있는 세상이 되어졌습니다.

실례로 배달앱을 통해 말하지 않고도 음식을 배달시키고, 마트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 폰만 있으면 문 앞에 까지 배달해 줍니다. 택시를 부를 때도 손을 들고 길거리에 서 있을 필요없이 우버와 같은 택시 앱으로 부르면, 목적지도 기사님에게 굳이 말할 필요 없고, 돈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어집니다. 심지어 식당에서도 무인 주문 시스템이 점차 늘어나면서, “뭐 드실래요?”란 질문조차  받을 일이 없어집니다. 은행에 가지 않고서도 모바일로 비대면 금융 거래를 하고, 사람 대신 쇼핑  도우미 로봇을 둔 매장도 생기고, 호텔 프런트에 로봇이 손님을 응대하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 정도쯤 되면 사람과 직접적 대면 없이도 살아가는 데 아무 지장이 없고, 타인과 말을 직접 주고받거나 접촉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사실 이런 문화는 기성세대로는 꽤 낯선 변화임이 분명합니다. 회의를 하더라도 만나서 해야 하고, 밥을 먹더라도 만나서 먹어야 마치 정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편리한  변화일 수도 있습니다. 불편한 소통 대신 편한 단절을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늘 글의 제목을 초연결 시대의 역설이라고 지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 시대를 살아가며, 아이러니하게 서로 만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마도 누군가는 이제 사람과 사람이 어울리며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지 말자고 할 때가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소통과 연결을 중요시하던 시대에서 점차 편리한 단절을 원하는 시대가 되어가 고 있는 듯도 합니다. 일본의 의류 브랜드 ‘어반리서치’는 이미 2017년부터 매장 입구에 ‘말 걸 필요 없음’이라고 적힌  파란색 가방을 비치했다고 합니다. 이 파란 가방을 든 손님에게는 점원이 다가가 말을 걸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지요. 옷 고를 때 그냥 가만히 좀 놔뒀으면 좋겠는데 옆의 점원이 자꾸 말을 거는 것이 불편했던 이들에게는 아주 좋아할 만한 서비스입니다. 이 서비스가 효과를 보아서 인기를 끄니까 다른 브랜드들도 이런 마케팅을 많이 따라 한다고도 합니다.

이렇듯 그동안은 인간관계든, 사회적 관계든, 혹은 비즈니스든 대면을 통한 관계가 주축을 이루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비대면을 통해 인간관계, 사회적 관계, 비즈니스를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도록 만드는 기술이, 그리고 인식이 점점 일반화되어 가고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단순히 무조건적인 단절이 아니라, 피하고 줄여도 아무런 지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이제 핵심기술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이제 이런 세상을 살아가고, 이런 사회를 대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굳이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예배드릴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할까요? 서로가 만남이 필요 없는 시대에 하나님과의 만남을  교육해야 하는 우리 교회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소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있는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과의 연결은 어떻게 지속시켜 주어야 할까요? 여러모로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하나씩 풀어내야 하는 숙제임이 분명합니다. 피할 수 없고,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시대에도 하나님의 나라는 이 땅 가운데 임하시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함께 고민해 주시고, 함께 동참해 주시고, 함께 사역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계흥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