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그대”

“이름 없는 그대”

지금으로부터 20여년 전, 학교에 급하게 갈 일이 있어 차를 운전하고 가고 있는데, 집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인적이 드문 곳에서, 차에서 뭔가 이상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전날, ‘차에 기름을 넣어야겠다.’ 생각만 하고는 깜빡 잊어버려 그만 언덕배기에서 차가 멈춰서 버린 것이죠.

저는 차에서 내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한참 고심하고 있는데, 반대편에 가고 있던 차가 돌아와서는 제 차 뒤에 섰습니다. 차에서 부부처럼 보이는 젊은 커플이 내려서는, “무슨 일인가요?” 묻기에, “지금 가스를 다 써서 멈춘 것 같다”고 설명하자, 남자는 나에게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고는 자기 트렁크를 열고 기름통(Gas Can)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호스를 가지고 자기 차에 있는 기름을 내 차에 넣어주려고 하는데 잘 안되자, 나에게 “잠깐만 기다리세요.” 하고는, 부부는 차를 타고 사라졌습니다.

잠시 후, 부부가 다시 돌아왔는데, 알고 보니 가까운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사서 가득 통에 채워 온 것이었습니다. 제 차에 기름을 다 채워 주고는, 차에 시동을 걸어 보라고 하길래 시동을 거니, 저보고 먼저 올라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제 차가 언덕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차가 다시 움직여 언덕을 넘어가는데, 부부는 제 차가 언덕을 넘어갈 때까지 웃으며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그들의 이름을 묻지 않았습니다. 그럴 경황도 없었지만 아마 물었다 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었을 겁니다. 그저 그들이 저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다면, “당신도 다음에 이렇게 도와주면 됩니다.”이겠지요. 오늘날 “미국”이 “미국” 될 수 있음은, 조용히 빈 기름통에 기름을 채워주는 하나님의 마음을 가득 품은 이들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겠지요. 오늘도 삶의 자리에서 “이름 없는 그대”로 살아가길 소망합니다.

“너는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 

네 자선 행위를 숨겨두어라.” (새) (마태 6:3,4)

2021년

회복이 이루어지는 한 여름

나성 영락인 박은성 목사 드림